진격의 거인, 워낙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라 본 적 없는 분들도 만화 제목은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인간을 먹는 거인에 맞서 싸우는 전형적인 판타지 액션물을 뛰어넘어서, 엄청난 반전 스토리와 정치적 갈등, 인간의 다양한 면을 보여줬던 애니메이션이죠. 이러한 점 때문에 저에게는 완결이 되고 나서도 인상 깊은 애니 중 하나예요.
진격의 거인은 철학적인 내용을 상당히 담고있는 작품입니다. 애니를 보신 분들은 이 글을 읽고 진격의 거인을 새롭게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안 보신 분들은 이 글을 읽은 후 애니를 본다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존주의
실존주의는 자기 존재의 목적, 이유, 기능을 생각하는 철학입니다. 가령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왜 사는가?" 같은 것이죠. 대표적인 철학자로 야스퍼스, 카뮈, 사르트르 등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실존이 본질을 앞선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위의 그림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의자가 3개 있습니다. 이들은 색도, 모양도 모두 다릅니다. 그치만 어떤 의자던 간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죠. 앉을 수 있는 것은 의자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바위에서도 앉을 수 있습니다. 결국 본질은, 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본질이란 목적,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사물들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실존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인간에게는 본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태어난 이유, 내 삶의 목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그냥 존재하는것이죠.
우리 모두는 이유 없이 태어났으며, 그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자입니다. 이것을 피투성(被投性)이라 부릅니다.
진격의 거인에서 드러나는 실존주의
그렇다면 실존주의는 진격의 거인의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을까요?
여러 장면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이 장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12화에서 트로스트 구를 막으려 했을때, 거인화 하여 의식을 잃은 에렌에게 아르민이 "에렌은 왜 바깥세계로 나가고 싶어했어?" 라고 물어본 후의 장면입니다. 기억나시죠?
에렌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합니다.
벽에서 나와 바깥 세계를 보러 나가는 이유에 대해, 에렌은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이유로 설명합니다.
파라디 섬의 에르디아 인들은 아무런 불만도, 문제 의식도 없이 방벽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갇혔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거인들을 막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에렌은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에렌은 자기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찾고, 자유를 위해 거인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격하는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지만요.